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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경향신문] "지키고 싶은 가치 '관계 그물망'의 힘을 믿는다"

“지키고 싶은 가치 ‘관계 그물망’의 힘을 믿는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입력 : 2010-10-25 22:11:01수정 : 2010-10-25 22:11:05

ㆍ예비 사회적기업 ‘유유자적 살롱’ 팀장 강소희씨
ㆍ자신의 실패 경험을 바탕삼아 고립된 아이들 음악으로 치유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저는 말 그대로 실패한 인생이죠. 저는 그런 사회적 기준에 맞춰 살고 싶지는 않아요.”


강소희씨(30)는 현재 ‘유자살롱’이라는 예비 사회적기업의 팀장이다. ‘유자살롱’은 유유자적 살롱의 줄임말. 강 팀장은 사회로부터 고립돼 살아가는 아이들을 음악을 통해 치유하는 ‘미트라이브(MEET-ribe: Music as Empowering, Employing, Tribe-making)’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기획자 4명, 디자이너 1명, 행정 업무 1명, 음악 교사 4명이 강 팀장과 함께 일을 한다.

은둔형외톨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유자살롱의 강소희씨. 김기남 기자


유자살롱에서는 은둔형외톨이 청소년들이나, ‘학교도 안 가고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는’ 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청소년들을 ‘무중력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무중력 청소년’은 지금 당장은 발을 땅에 딛고 있지 못하기에 외롭고 힘들지만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MEET는 NEET를 비꼰 거예요. 우리는 무기력하고 의지박약한 사람들이 아니고 부족(친구)을 만나서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죠.”

강씨는 은둔형외톨이였다가 지금은 밴드를 조직해 공연을 다니는 한 아이의 이야기를 꺼냈다. 3년 동안 집 바깥을 나오지 않은 아이였다. 처음 한 달간 아이는 기타 연습만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물론 재미없는 수업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 아이는 또래 집단수업에 참여하면서 어울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친구들과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다닌다.

현재 유자살롱에는 10명의 아이들이 음악 수업을 받고 있다.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유자살롱에 와서는 누구보다 즐겁게 음악을 배우고 있다.

강씨는 청소년들을 북돋을 수 있는 힘은 자신의 실패 경험으로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사회의 공기 자체가 무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원서 200개는 내야 되고 필기시험을 50군데는 봐야 취업할 수 있는 현실도, 무언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싫었다”고 했다.

2005년 성균관대 국문과를 졸업한 강씨는 광고 회사에서 인턴으로도 일해봤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디자인을 배우면서 안도 다다오라는 일본 건축가를 알게 됐다.

“권투선수였던 안도 다다오는 르 코르뷔지에의 스케치를 보고 건축가가 되겠다고 결심해요. 바로 유럽으로 가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물을 눈으로 보고 직접 스케치하죠. 다른 사람 같았으면 학교를 찾았겠지만 안도는 몸으로 움직인 거예요. 그걸 보고 제가 얼마나 좁은 인간인가를 깨달았어요. 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학교부터 찾았을까. 현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유자살롱으로 오게 됐죠.”

강씨는 이제 ‘관계 그물망’의 힘을 믿는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면 삶을 놓아버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관계의 망이 넓어질수록 사람이 살아갈 힘을 더 얻게 된다는 것이다.

강씨는 “유자살롱에서 이 그물망의 힘을 확인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지키고 싶은 가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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