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2011년 12월2일 밤 10시에 방송된 KBS 다큐 '지식콘서트 내일'의 '은둔형 외톨이'편에 대해
유자살롱이 생각하는 것들을 적어 본 글입니다.
(원문 : http://www.kbs.co.kr/1tv/sisa/tomorrow/board/index.html)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방송에 소개되었던 '유유자적 살롱'의 공동대표 이충한이라고 합니다.
제작진께서 두달 이상 정말로 많은 노력을 해오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습니다만,
한 시간이라는 방송분량 때문에 미처 담지 못하신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아
몇 가지 보충하려 합니다.
만약 이번 방송에서 아쉬운 점이 있으셨거나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더더욱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저희 유유자적 살롱(http://yoojasalon.net/)은 탈학교 비활동 청소년들과 함께
음악을 배우면서 자기 심장에 맞는 삶의 템포를 찾는 '유유자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수강생들이 방송에 나온 것처럼 어두운 '은둔형 외톨이'는 아닙니다만,
탈학교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과 비슷한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어야했던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은둔형 외톨이' 문제에 대해서도
저희가 나서서 설명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지금 한국의 10대, 20대 중에는 어떤 이유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고 느끼게 되어
사회생활을 하지 않게 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러한 친구들의 여러움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는 어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희는 '무중력 청소년'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들이 지금은 무중력 상태에 빠진 것처럼 막막하고 힘들지만
어쩌면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람들 사이의 인력을 느끼게 되면 다시 땅에 발을 딛을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어서입니다.
저희는 '니트'나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현상의 본질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니트(자발적구직단념자)'라는 개념은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상황만으로,
'은둔형 외톨이'는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개인의 심리만으로
개인의 모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개인은 사회적이면서도 동시에 심리적인 존재이고,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개인의 본성이 아닌, 그가 겪고 있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무중력상태에 빠지게 되기까지는 많은 원인이 존재합니다.
첫번째는 왕따, 교사폭력, 가정불화 등 외부 환경적인 요인이고,
두번째는 내향적이거나 유약한 개인적 성향,
세번째는 지나친 경쟁, 과도한 규범 등 사회문화적인 원인입니다.
사실 단순히 '일하기 귀찮고 경쟁이 무서워서' 무중력 상태로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이 생각하는 것은 '무중력화' 현상의 사회적인 책임을 간과하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기성 세대의 편견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편견으로는 이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방송, 특히 미래사회 재연극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조한혜정 교수님의 인터뷰 부분을 자세히 보시고 잘 이해하셨다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미래에는 게으르고 연약한 사람이 많아져서 힘들 것이다'라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눈 후 이해했던 바로는,
이 문제는 분명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고,
그것은 단순히 은둔형 외톨이가 많이 생겨나서 사회문제인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병리적 현상들(입시, 과도한 경쟁, 권위주의적 조직문화 등) 때문에
개인이 피해를 입는 측면이 많기 때문이라는 저희의 입장에 동의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오늘 방송의 톤이 이런 방향으로 진행된 것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제작진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방법론을 선택하신 것이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자신이 무중력 상태에 빠져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한 번 속는 셈 치고 다음의 제 말들을 믿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사실상 한국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중력 상태에 빠져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한 사람 한 사람 특별한 아픔과 장점을 지닌,
여러분과 다르면서도 공통점을 공유한 사람들입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힘을 줍니다.
유자살롱뿐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라도
여러분이 자신을 이해하고 믿어줄 수 있는 사람을 꼭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여러분이 무중력 상태에 빠진 것은 여러분만의 잘못은 아닙니다.
분명 여러분이 실수한 것도 있겠죠. 하지만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조그만 실수 때문에 한 사람을 평생 혼자 살도록 만든다면,
그 사회에는 미래가 없겠죠.
셋째, 여러분은 지금보다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아마도, 여러분은 '어쩌다 보니' 지금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어쩌다 보면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세상은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더 나빠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것 저것 시도해 볼 수 있겠죠.
심리상담소나 신경정신과도 도움이 될 것이고, 종교 커뮤니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금 저희 유유자적 청소년들과도 문자로 대화를 나눴는데,
방송 내용 중에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은 있었지만
다른 친구들이 '자신도 집 밖으로 나와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이야기해주네요.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서 저희도 기쁘고 행복합니다.
이 친구들은, 어른들의 편견과는 달리,
제가 만난 누구보다도 남을 생각해주는 멋진 마음을 가졌습니다.
대한민국이 그런 사람들을 좁은 방 안으로 폐기처분하려는 미성숙한 사회로 남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