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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경향신문]작은 회사,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의 유쾌한 도전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2072140385&code=100203 에서 펌 


작은 회사,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의 유쾌한 도전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직원이 15명인 ‘젠틀몬스터’에서 안경을 디자인하고 있는 우빛나씨(24)는 “겉보다 안을 보라”고 말했다. “세상엔 가능성 있는 작은 회사들이 참 많고, 작다고 취업을 망설일 필요는 없다”고 했다. 1년8개월 전의 선택에 만족해하는 얼굴이었다. 삼삼오오 사람들과 어울리던 김민철씨(33·한국화학연구원 직원)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이루고 싶었던 꿈에 대해 다시 고민할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직장을 고를 때 안정성과 연봉을 우선시하는 세태 속에서 작은 회사에도 재밌고 흥미로운 얘기가 아주 많은 것을 봤다고 했다.


11월24일 오후 6시30분 서울 강남역 근처의 스터디카페 ‘에이블스퀘어’에서 이색적인 파티가 열렸다. 무대와 객석으로 나뉜 카페는 파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북적였다. 참석자가 250명이 넘었다고 했고, 열 중 아홉은 20~30대였다. 직원 100명이 안되는 작은 회사에 다니거나 창업·취업을 생각하며 파티에 온 사람들이다. 그에 걸맞게 내걸린 행사 이름은 ‘빅(Big) 파티’. 덩치는 작아도 회사와 그 속의 사람들이 품은 꿈과 비전은 원대하다는 뜻이 담겼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진 첫 행사는 최근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와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라는 책을 출간한 ‘남해의봄날’과 ‘디자인하우스’, 그리고 교보문고가 마련했다.

파티는 탈학교 청소년들을 음악으로 치유하는 사회적기업 ‘유자살롱’의 유자사운드밴드 공연으로 시작됐고, 작은 회사를 창업한 세 경영자의 미니 강연과 자선경매, 참가자들의 자유대화 시간으로 이어졌다.


11월24일 저녁 서울 강남역 근처의 스터디카페 ‘에이블스퀘어’에서 열린 ‘작은 회사 빅 파티’에서 사회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3개 작은 회사 임직원들과 창업·취업 희망자 250여명이 참가한 파티는 사회적기업 ‘유자살롱’의 공연(아래 위쪽)으로 시작돼 창업자 강연-자선경매-자유대화 순서로 진행됐다. | 남해의봄날 제공


첫 연사로 나선 디지털미디어 에이전시 ‘인스팟’의 김재언 대표는 창업하면서 맘속에서 두 가지를 버렸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높은 연봉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는 “작은 회사를 경영하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변화를 준비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보청기를 개발하고 있는 소셜 벤처 ‘딜라이트’의 김정헌 실장은 “인생에서 한번쯤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주도적이고 싶다면, 나를 위해 살고 싶다면 작은 회사에서 시작하라”고 말했다.

강연 뒤에 열린 자선경매에서는 디지털펜, 선글라스, 책, 미니어처, 원목책장, 디자인문구세트 등이 선보였다. 작은 회사 특성상 대기업처럼 거창한 광고나 마케팅을 할 수 없었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퀄리티만은 최고라고 자부하는 상품들이었다. 회사 대표들이 직접 제품을 들고나와 소개했다. 300만원에 육박한 경매 수익금은 전액 유자살롱에 기부했다.

파티에 참석한 그래픽디자이너 이현정씨(30)는 “작은 회사의 장단점과 창업에 대한 고민이 있던 터라 책을 읽고 찾아왔다”며 “나에겐 다시금 생동감 있는 삶을 살게 될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는 27세인 2008년 ‘1인 기업’을 창업했다가 3년 만에 접었고, 직원 30명인 작은 회사에 취직했다가 지금은 150인 규모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내가 만약 다시 창업한다면 과거의 시행착오를 되씹어 더 탄탄한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건축설계학을 전공하고 현재 디자인상품 제조업체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 구수현씨(25)는 “예전에 소규모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작은 회사에 대한 관심이 커져 파티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설계 외에도 안경디자인, 출판디자인 등 내가 도전할 만한 분야가 훨씬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런 행사가 좀 더 자주 열려 청년구직자에게 알토란 같은 정보를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티 참석자들이 말하는 작은 회사의 가장 큰 강점과 무기는 뭘까. 창의성이었다. 

‘젠틀몬스터’ 안경디자이너 우빛나씨는 “결재라인이 많고 한 가지 업무만 하는 큰 회사와 달리 작은 회사는 구성원수가 적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제작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1년 4월 입사해 틈새시장을 만든 것이 만화캐릭터 조로 안경, 부엉이 안경, 나뭇잎과 꽃을 넣어 만든 안경 등이었다. 우씨는 “디자인뿐 아니라 샘플 제작, 안경케이스 제작, 웹이미지 그래픽까지 다양한 일을 하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웠다”며 “그만큼 직원 1명의 책임감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꽃무늬 안경도 지난 봄에 내일 입을 꽃무늬 스커트를 생각하다가 떠올랐다고 했다. 이튿날 사무실에 전화 걸고 바로 카메라를 둘러맨 채 꽃집으로 출근했다. 꽃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안경에 담기까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결국 원하는 안경을 얻었다. 우씨는 “내 일은 늘 이런 식”이라며 “안경디자인에서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고, 내 손으로 사람들의 외모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그가 젊은 사람들에게 권하는 작은 회사의 매력 1호는 상상력과 끼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이었다.

파티에서는 소기업들의 독창적이고 유연한 업무시스템에도 눈과 귀가 쏠렸다. 출퇴근 자율시간제를 하는 회사들이 꽤 있었다. 3년이나 5년 근속 시 해외여행을 부상으로 주고, 경우에 따라 한달 휴가를 주는 곳도 있었다. 창의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구속보다는 자유, 수직적 권위보다는 수평적 소통이 직장문화의 중심이 된 것이다.

직원 7명인 ‘유자살롱’의 프로젝트 매니저 고서희씨(26)가 꼽은 것은 가족적인 끈끈한 유대감이다. 고씨는 “작은 회사일수록 구성원 개개인의 성격과 색깔이 잘 드러나고, 동료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유자살롱에서는 ‘집밖에서 유유자적’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탈청소년들을 치유한다”며 “직원수가 많아지면 우리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하기 어렵고 아이들 돌봄에 되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직원수 10명을 넘기지 말자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2007년 설립해 직원 17명이 몸담고 있는 프로모션마케팅회사 ‘브랜토’는 업무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멘토링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새 직원이 들어오면 동료나 상사를 멘토로 지정해준다. 송종권 대표는 “과거처럼 상명하달식 구조보다는 서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진정성을 느끼고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업무능률이나 구성원 간 관계에서 효율적”이라며 “작은 회사이기에 가능하고,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작은 회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는 ‘일당백’의 업무스타일이 꼽혔다. 훗날 자기만의 비즈니스를 하고 싶을 때 유용했다는 것이다. 밑바닥부터 배우되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맡다보니 짧은 기간에 일과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포괄적으로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러 업무 진행이 회사나 조직원에게 단점이 될 때도 있다. 그래픽디자이너 이현정씨는 “30인 이하 작은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한 사람이 맡은 업무가 많았기 때문에 업무과중에 시달린 데다 누군가가 빠지면 대체인력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작은 회사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또 다른 고충은 없을까. 파티에서 여러 사람이 말한 것은 사회적 편견이다. 대기업보다 연봉이 적고 인지도가 낮은 회사가 다수이고, 스펙이나 능력이 떨어져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는 것이다. 헤이데이 디자이너 김재희씨(22)는 “명절에 친척들이 어느 회사 다니냐고 해서 대답했더니, 무언의 반응 속에서 그저 그런 회사에 다닌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며 “그런 선입견이 아쉽지만, 나와 회사 모두 커가는 실적과 꿈이 있기에 심적 동요는 없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문제도 파티에서는 다른 시각이 나왔다. 어쩌면 대기업만 보는 구직자들의 얘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실과 비전을 갖춘 알짜배기 중소기업들도 때로 구인난을 겪고, 그런 회사가 있는지도 정보가 막혀있을 때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99.9 대 0.1”이라는 숫자도 인용됐다. 중소기업청 통계(2010년)에서 국내 사업체 312만5457개 중 대기업은 3125개(0.1%)이고 중소기업은 312만2332개(99.9%), 그중에서도 소기업(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 1~49인, 나머지 업종 1~9인)은 300만2333개(96.06%)인 현실을 가리킨 것이다. 행사를 기획한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도 ‘이 사회의 역동적인 힘은 창의적인 개인과 소기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며 “정부도 그렇고 모두의 시선이 큰 회사에 맞춰져 있는 것을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기업에 다니다 2000년에 남편과 함께 브랜딩에이전시 ‘프라이머스 파트너스’를 설립한 서지현 이사(40)에게 물었다.

“작은 회사를 해보니 어때요? 취업·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경험이 압축된 그의 답은 짧고 진솔했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작은 회사는 한사람 한사람이 매우 소중한 조직이고 업무 전반의 비중있는 일도 맡기 때문에 책임도 그만큼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또 창업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창업해서 얻고자하는 게 뭔지,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고 잘할 수 있겠는지 먼저 생각해야 하죠. 그 후에 목적의식이 뚜렷하고 자신감이 생긴다면 용감하게 도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