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가을 즈음에 서울시에서 협동조합 홍보를 막 하기 시작했을 무렵, 하자에서 아는 분들과 사회적기업 관련 설명회에
다녀오다가 협동조합 이야길 잠깐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 분이 협동조합을 만들어볼까 하신다고 하셨죠.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댁이 어디시냐고 물었더니 파주에 사신다고 하시더군요. '파주에 사는 분이 영등포에서 협동조합을?' 제 기준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오는 그림이었습니다.
2. 신해철씨(좋아 하시는지?)가 넥스트를 그만두고 영국에 음악 유학을 갔다와서 한 인터뷰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영국 유학에서 뭘 배웠냐는 기자의 질문에,
"영국 애들은 밴드가 생활이더라. 그리고 밴드가 생활이면 음악은 알아서 나온다."
저
한테는 엄청 충격이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음악을 위해서 밴드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내가 이런이런
음악을 하고 싶은데 같이 할 사람을 찾는다!' 라고 해서 사람을 모아 밴드를 만들고, 틈틈이 모여 추구했던 음악을 만들고 활동을
합니다. 문제는 이런 밴드들 대부분 얼마 못가서 힘을 잃고 해체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생활이 각각 따로이기 때문입니다.
생활이 별개인데 음악으로 뭉치겠다고 뭉쳐지지 않습니다. (음악이 뜬 몇몇은 제외, 음악이 뜨면 밴드가 생활이 됩니다.)
반면 외국 애들은 동네 친구들이나 학교 친구들, 술집 단골들 뭐 이런 사람들 끼리 뭉쳐서 밴드를 합니다. 그냥 같이 놀려고
생활의 일부로서 밴드를 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밴드는 알아서 굴러가게 됩니다. 그리고 생활이 밴드이다 보면 '합'의 결정체인
음악은 자연스레 나오게 되죠. 그리고 대부분 그런 음악이 더 좋습니다.
3. 이미 제가 하려는 이야기의 감을 잡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신해철씨의 말에 협동조합을 대입해 보자면 이렇습니다.
"외국 애들은 협동이 생활이더라. 그리고 협동이 생활이면 조합은 알아서 나온다."
제가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이야기가 불편한 것 중에 하나는 협동이 있고 조합이 있는게 아니라 조합이 있고 협동을 하려한다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전형적인
대한민국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조합이 있으면 협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협동은 결코 당위성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주거의 영역, 일의 영역 등이 자연스럽게 겹쳐야 삶 속에서 협동이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 처럼 일, 삶, 주거, 커뮤니티가 다
파편화 된 사회에서는 이런 협동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찾거나 만드는 것이 엄청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협동조합에서 핵심은
'조합'이 아니라 '생활협동(협동생활!)'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미 아시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
- 아는 분께 메일을 쓰다가 많은 사람과 공유해봐도 좋겠다 싶어 옮겨 적습니다. by 전조